더불어민주당이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정부기관이 돌려주고, 추후 정부가 집주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핵심이다. 민주당은 피해 구제의 시급성을 강조하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먼저 구제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한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 주거 복지에 쓰기 위해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한 자금이다. 무주택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잠시 맡긴 돈을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쓰는 것은 기금 목적에 맞지 않다. 기금 여유자금이 2021년 49조 원에서 올해 3월 13조9000억 원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기금을 소진할 경우 자칫 신생아특례대출, 공공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피해 구제를 얼마나 해줘야 할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계산 방식에 따라 정부는 약 5조 원, 일부 시민단체는 5850억 원으로 추산할 정도로 재정 투입 규모에 대한 예상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대부분 부실채권에 해당돼 회수도 쉽지 않다.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구제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고, 특정 유형의 사기 피해자에게만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법안이 공포되면 한 달 뒤에 바로 시행해야 하는데 예산과 조직 등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은 필요하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가 1만7000여 명에 이르고, 이달 1일 대구에서 또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는 등 고통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정부도 개정안에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경매에 참여해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낙찰받은 주택은 아직 1채뿐이다. 문제가 많은 개정안은 일단 보류하되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하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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