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과 이틀 전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책이 야기한 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식 사과했고, 하루 전엔 고령 운전자 자격 제한 정책의 내용을 뒤집는 일이 있었다. 당정 협의 강화 등 해법을 내놨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정책 혼선이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금지된 공매도의 재개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되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공매도를 활용한다.
문제는 올해 1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부작용을 완벽히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는 한 절대 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이 원장 발언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총선 끝났다고 바로 약속을 어기나’라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황급히 “금감원장의 개인적 희망”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끊이지 않는 정책 헛발질, 부처 간 엇박자의 원인은 대통령실, 정부 부처를 통틀어도 깊고 넓은 안목으로 정책을 조율할 전문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정책을 내놓기 전에 반대의사를 대변하는 레드팀(Red Team)을 내부에 꾸려 부작용과 반발을 미리 최소화하는 선진국의 정책 입안 방식까지 기대하기도 어렵다. 직구 규제의 경우 국무조정실과 해당 부처들이 20여 차례 회의를 열었는데도 소비자의 반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재발을 막기 위해 오류 발생의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미군 사상자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태 직후에 문제를 철저히 뜯어보는 ‘핫워시(Hot wash)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주 69시간 근무 논란’에 휘말려 노동개혁이 초기 단계에서 좌초하는 일을 겪고도 정책 관리 능력이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은 ‘3류 정부’가 국민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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