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4567명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4일 지난해보다 의대 40곳의 정원이 1509명 늘어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승인했다. 각 대학이 31일까지 수시 모집 요강을 공고하면 의대 증원 절차는 마무리된다. 대학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이를 되돌리긴 거의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고, 그 이후 석 달 넘게 의정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의대 증원을 강행할 태세고, 전공의와 의대생은 복귀할 뜻이 없다고 한다. 의료 공백 사태가 해결은커녕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대 증원에 공감하는 여론에도 이런 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투박한 정책 역량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증원 규모를 결정하고 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만 형식적으로 밟다가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법원은 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공공복리를 이유로 기각하면서도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인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에 경종을 울렸다.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교수 휴진 등 집단행동으로 일관했다. 증원 백지화만 고집하며 어떤 대화 채널에도 응하지 않았다. 환자를 외면한 의료계의 ‘마이 웨이’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이 낳을 부작용을 지적하는 합리적인 목소리조차 묻히게 했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는 한 증원이 이뤄지더라도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년간 필수 의료의 인력난이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적자 누적으로 대학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 필수 의료 인프라가 아예 붕괴할 수도 있다. 올해 유급된 의대생과 내년 입학한 의대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의대 증원에 뒤따르는 의료,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무너진 필수 의료를 정상화하려면 의정 간 대화가 절실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하자”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실질적인 대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시스템이 파국을 맞는 상황이 닥쳐도 서로 삿대질만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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