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주말 “여당이 제시한 소득 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제안이 ‘채 상병 특검법’ 등의 통과와 연금개혁을 연계해 정부 여당을 공격하려는 ‘정략’인 데다, 구조개혁안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번에 모수(母數)개혁부터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자”며 여야 합의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수개혁은 연금제도의 골간이 되는 숫자를 조정하는 작업이다. 여야는 이미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평생소득 대비 나중에 받는 연금의 비율인 소득 대체율에 이견이 남았는데 여당은 당초 40% 현상 유지를 요구하다 44%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고, 50%에서 출발했던 민주당은 45%까지 낮춰 차이가 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런 상태에서 이 대표가 44%의 여당 안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연금 쇼’라고 비난하며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합의 못 한 건 1%포인트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과 연계 등 구조개혁 문제를 따로 떼기 어렵다”면서 차기 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대통령실도 “쫓기듯 타결하지 말고 차기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면서 국민에게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주장은 궁색해 보인다. 여당은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 연계한 전체 구조의 개혁 없이 국민연금만 떼어내 개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합의하기 힘든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한 뒤 추가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데 많은 연금 전문가들이 찬성한다. 더욱이 작년 10월 정부 단일안 없이 24개 시나리오를 국회에 던져 놓고 손을 놨던 정부가 이제 와서 ‘설명 시간 부족’ 운운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김 의장은 특검법 등을 처리할 28일을 피해 27일 또는 29일에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수용한다면 정쟁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을 이룰 드물게 좋은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정부 여당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22대 국회로 미뤘다가 모수개혁도, 구조개혁도 다 무산될 경우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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