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기대해? 희망 따윈 없어!”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는 퓨리오사(애니아 테일러조이)에게 그렇게 외친다. 디멘투스의 그 말은 아마도 1979년 ‘매드맥스’라는 레전드 시리즈를 시작했던 밀러 감독이 일관되게 던지고 있는 질문일 게다. 문명이 파괴되고 황폐해진 황무지가 바로 그것이 형상화된 질문이다. 오일쇼크와 대공황을 맞은 1980년대 호주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는 이제 문명 붕괴 45년 후의 세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시리즈가 됐다. 호주 출신인 밀러 감독은 거대한 사막을 중심에 품고 있는 그 나라의 독특한 환경을 경험하며, 이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과연 사막처럼 황폐화한 세상에도 희망이 존재할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이 시리즈를 리부트시킨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했던 퓨리오사가 어떤 여정을 거쳐 임모탄의 아내들을 데리고 탈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전작이 보여줬던 스펙터클한 액션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그 위로 퓨리오사라는 강력한 영웅의 성장 서사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인 ‘복수, 그 너머’에서 드디어 복수를 눈앞에 둔 퓨리오사에게 디멘투스가 던지는 말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너를 있게 한 건 희망이 아닌 증오. 우린 이미 죽은 자들이야. 자극을 찾지. 넌 나야.” 이 말은 정치 현안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우리가 꿈꾸는 희망이, 때론 그저 분노와 증오 같은 복수의 서사와 자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걸 경고한다. 진정한 변화를 꿈꾼다면 그저 복수를 위한 복수가 아닌, 복수 그 너머를 선택하는 일이야말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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