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의 육해공談]‘마른하늘 날벼락’ 난기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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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28일 23시 06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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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편이 난기류(터뷸런스)를 만났다. 비행기는 크게 요동쳤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 1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크게 다쳤다. SQ321편은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나 무려 1800m를 급강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변종국 산업1부 기자
한 항공사 기장은 “1800m면 한라산 높이다. 수백 m만 급강하해도 아찔한데,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흔들린 상태로 타고 있는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탑승객들이 느꼈을 공포감은 상상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난기류는 많은 조종사들이 가장 마주치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돌발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기상 자료를 분석해 난기류를 최대한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여러 개의 루트(하늘길)를 만들어 난기류를 피해 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난기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이를 항공사에 제공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선행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면 뒤따라오는 비행기에 상황을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난기류든 100% 예측할 수는 없다. 더구나 “최근 들어 기후 변화 때문인지 예상치 못한 난기류가 더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난기류에도 종류가 있는데 그중 청천 난기류(CAT)가 가장 위협적이다. CAT는 기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기상 예보가 없던 지역에서 갑자기 만나는 난기류를 말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는 만큼 매우 위험하다. 좁고 빠르게 움직이는 제트 기류 인근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내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은 난기류 사고에 자주 노출된다. CAT라도 만나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최근 국내 한 항공사의 비행기가 착륙 직전 난기류를 만났다. 착륙 준비를 하던 승무원들이 크게 다쳤다. 허리를 삐끗하거나 좌석 등에 몸을 부딪치면서 크고 작은 타박상을 입었다. 간혹 척추나 목을 다치거나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입는 승무원들도 있다.

난기류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예방책은 안전띠를 항상 착용하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안전띠 표시등이 꺼져도 가급적 안전띠를 차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언제 어디서 난기류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겐 더욱 중요하다. 아이를 안고 탑승하는 보호자는 안전띠 착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항공사나 공항에 따라 유아용 항공기 좌석 시트를 따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충분하지 않다. 좌석 시트, 특별 안전띠가 없다면 좌석 안전띠를 아이 몸에 맞게 조정해 잘 채워야 한다.

1997년 일본 도쿄를 떠나 하와이로 가던 유나이티드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났다. 비행 전부터 난기류가 예상되던 상황이어서 처음엔 승객들이 안전띠를 모두 착용했다. 난기류가 진정되자 일부 승객이 안전띠를 풀었다. 그런데 비행기는 또 한 번 난기류를 만나고 말았다. 안전띠를 잠시 풀었던 승객 중 32세 여성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로 항공사들은 “안전띠 표시등이 꺼져 있어도 안전띠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추락할 일은 거의 없다. 사고는 주로 비행기 안에서 발생한다. 안전띠를 잘 착용한다면 난기류라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난기류#대처법#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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