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나. 김정은은 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했나. 김정은은 왜 더 대범하게 ‘셀프 우상화’ 작업에 나서고 있나.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상징적 행보이자 특징적 동향은 이 세 가지다. 이들 상황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을까. 얼마 전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딱딱하고 무거운 답변을 짐작하고 고심하던 기자에게 그가 먼저 꺼낸 답은 의외였다. 바로 북한의 ‘MZ세대’.
김정은은 지금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했을 당시 27세였던 김정은도 어느덧 마흔 살이 됐다. 이젠 MZ세대 끝자락에 걸쳐 있는 그에게 국가 배급보다 ‘장마당’에 익숙한 MZ세대는 어렵다. 배고픔에 익숙하지만 배고프지 않은 외부 세계도 남한 드라마 등으로 봐서 어느 정도 익숙한 MZ세대는 불안요소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에서 ‘신세대’가 체제를 흔들 만한 변수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지금은 MZ세대가 향후 김정은 체제 10년의 루트를 바꿀 만한 주요 변수 중 하나”라고 했다.
김정은은 MZ세대의 휘발성을 이미 잘 안다. 2020년 말에는 사실상 MZ세대를 겨냥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공포했다. 남한 영상물을 시청만 해도 15년형에 처했다.
그렇게 부단히 애를 썼지만 ‘MZ 변수’를 안정적 상수로 묶어두는 데 실패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면서 잠시 사그라든 MZ 변수는 코로나19가 걷히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시야 정중앙에 들어왔다.
MZ 변수가 김정은을 심란하게 만드는 정황은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우선 K콘텐츠에 젖어든 MZ세대가 급속도로 늘었다. 북한이 장마당 통제를 강화하자 MZ세대의 저항감은 증폭됐다. MZ세대 탈북민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탈북민 입국자 수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다. 최근엔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 각지에 파견한 MZ세대 노동자 관리가 안 돼 북한 당국이 곤혹스러워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체제까지 위협할 만한 이 MZ 변수를 관리코자 김정은은 크게 두 방향 처방을 들고나왔다. 하나는 내부 체제 결속, 다른 하나는 외부와의 단절 및 통제다.
김정은이 미사일을 개발해 보란 듯 북한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건 체제 결속 의도다. 반면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이라고 선포한 건 대남 관계부터 완전히 차단해 MZ세대 단속까지 본격화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MZ세대로 인해 증폭된 체제 위기감과 불안감이 반영된 조치란 의미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대놓고 김정은을 ‘태양’이라 부르는 등 신격화하는 것도 체제 이탈 가능성이 큰 MZ세대를 의식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 한 당국자는 “김정은이 MZ세대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몸부림 아니겠느냐”고 했다.
북한 MZ세대는 동시다발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이 MZ 변수는 이미 큰 틀에서 북한 대남 기조나 선전선동 전략의 방향까지 바꿔놓고 있다. 북한 고위 탈북민 중 MZ세대인 자녀 때문에 한국행을 택한 이도 있다고 한다. 우리 대북정책이 이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고 고려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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