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원모]비상상황 방통위-방심위… 새 국회, 기관 정상화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3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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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모 문화부 기자
유원모 문화부 기자
비상(非常)은 말 그대로 정상이 아닌 상태다. 그런데 정부 부처 가운데 1년 넘도록 비상인 곳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다. 방통위 스스로도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올 2월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등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집행정지 사건에서 방통위는 재판부에 “국회에서 상임위원 3명을 추천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비상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을 포함해 여당 추천 3인, 야당 추천 2인 등 5인의 방통위원이 정책을 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다. 지난해 8월 여야 추천인 김효재, 김현 방통위원이 임기가 만료돼 물러났지만 아직도 후임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최민희 후보자가 방통위원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7개월간 임명이 미뤄지다 최 후보자 스스로 포기했다. 5인 체제가 무너진 것은 1년 2개월째, 과반도 안 되는 2인 체제 운영은 9개월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비상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방심위는 대통령이 3인, 여당과 야당이 3명씩 추천해 여야 6 대 3으로 구성한다. 지난해 말까진 여야 4 대 3 구도였고, 올 2월 문재인 대통령 추천 몫이던 김유진 방심위원이 해촉됐다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방심위원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법원 결정이 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심위원을 새로 위촉했고, 지금은 대통령이 추천한 방심위원이 법에 규정된 3인보다 많은 4인이 활동하는 기이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와 방송의 사후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 등 미디어 정책의 주요 축인 두 곳이 모두 정상이 아닌 것이다.

그사이 미디어 정책은 실종됐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방송사에 가해지는 시간, 횟수, 품목별 광고 규제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편성의무비율 규제 등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유튜브 확산 등에 대응해 국내 미디어 산업을 보호 육성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방통위에서는 해당 안건이 전체회의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2인 체제에서 혹여나 논란이 될 소지조차 만들지 않기 위해 정작 해야 할 일도 안 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다. 방심위는 어떤가. 수적 우위인 여권 방심위원들은 방송사에 대한 과징금 등 과도한 제재를 반복하고, 이에 야권 방심위원은 “방심위 구성이 정상적이지 않아 의결을 보류한다”는 의견만 내는 등 파행 운영 중이다.

이런 비상 상황은 국회와 대통령실 등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대통령실은 뚜렷한 사유도 없이 야권 추천 방통위원, 방심위원의 임명 및 위촉을 미루면서 중도 포기자만 양산했다. 야권인 더불어민주당도 추천권을 쓰지 않는 등 미디어 기구들의 파행을 방치 중이다. 일각에선 “야당이 2인 체제의 부당성을 강조, 지속시키기 위해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야당은 “국정조사” “탄핵” 등 으름장만 내놓고 있고, 여당은 “가짜뉴스 통제” 등 강경 일변도의 주장만 되풀이 중이다. 싸움을 하더라도 일은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나. 22대 국회가 방통위, 방심위 정상화부터 하길 바란다.

#방통위#방심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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