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재산 1조3800억 원을 노 관장에게 나눠주고, 위자료 20억 원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총 4조 원으로 보고 재산 형성 기여도 등을 반영해 각각 65%, 35%로 나누라는 게 판결의 핵심이다. 그대로 확정될 경우 한국의 이혼소송 사상 역대 최대의 재산 분할이 된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가 어제 판결한 재산 분할액, 위자료는 1심보다 20배나 많다. 1심 판결은 재산 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이었다. 재산 분할액이 급증한 이유는 나눌 재산의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는데 2심에서 뒤집혔다. 다만 지급은 지분이 아닌 현금으로 하도록 했다.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이다. 1심은 이 지분이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최 회장이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이어서 나눌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노 관장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호막,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이혼 의사를 밝힌 최 회장은 2018년 2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말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절반과 위자료 3억 원을 요구했다. 노 관장 측은 1심에서 패소한 뒤 주식 대신 현금 2조 원과 위자료 30억 원으로 조건을 바꿨다.
▷2심 재판부는 위자료를 20억 원으로 높이면서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기에 1억 원은 너무 적다”고 했다. 근거로 최 회장이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관계 유지 등에 219억 원 이상을 지출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초유의 이혼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건지가 관심사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와 비상장 계열사인 SK실트론 29.4% 등 2조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다. 현금 1조3800억 원을 마련하려고 일부 지분을 처분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다. 어제 SK㈜ 주식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에 급등했다. 최 회장 측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대기업 총수의 이혼소송이 한국 재계 2위 그룹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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