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드라이브를 건 대중 무역제재에 유럽연합(EU) 등이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철강, 배터리 등의 국내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유럽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한국 등을 표적으로 과잉 생산된 제품들을 밀어내기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4월 한국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이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데 이어 EU도 중국산 전기차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타격을 입은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으로 몰려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철강 수입도 연간 수입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철강은 중국의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밀어내기 하는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은 급감해 1∼4월 대중 무역적자는 6조 원에 육박했다. 30여 년간 최대 흑자 교역국이던 중국이 지난해 처음 적자국으로 돌아선 데 이어 물량 공세의 수출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무엇보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상징되는 중국산 초저가 공세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물리기로 한 미국처럼 과감한 대응책을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여전히 20% 안팎이고, 수입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 등 산업용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한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릴 경우 중국도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이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 직구 제품들을 차단하려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일도 있었다.
한국은 교역 1, 2위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속에 최대 피해국이 돼 가고 있다. EU, 일본 등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중국의 덤핑 수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중국 기업들이 넘보지 못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는 환경 친화성, 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중국 저가 제품의 범람을 막을 정교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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