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선 1년 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 기존 규정에 사유가 있을 때는 달리 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거나 일부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를 닦기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는 했지만 3일 당무위에서 관련 안건들을 예정대로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한 시안(試案)은 당무위의 결정으로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선거 1년 전인 2026년 3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 조항을 만들면 같은 해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늦출 수 있다.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는 물론 차기 대선 직전까지 최대한 당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권을 쥔 당 대표의 불공정 대선후보 경쟁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14년에 걸쳐 이어져 온 당헌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즉시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도 삭제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22년 8월 이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이틀 전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고, 대장동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는 개정의 첫 수혜자가 됐는데 이번엔 80조를 아예 없애겠다고 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시비 소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국회의장단 후보나 원내대표 선출 때 권리당원인 강성 ‘개딸’들의 권한을 강화시키겠다는 내용도 결국은 이 대표 입지를 더 다지려는 포석이란 지적이다.
각 당은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할 수 있지만 특정인만을 위해 이렇게 당헌·당규를 고치려는 정당이 있었던가 싶다. 오죽하면 “한 사람을 거의 황제로 모시고 있는 당”이라는 당 원로의 비판까지 나올까. 171석 제1야당이 오직 한 사람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만 움직인다면 ‘민주성’을 상실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