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지역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살다 나온 박병화가 최근 수원 번화가 오피스텔에 전입하자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곳에 20, 30대 여성이 많이 살다 보니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해 집까지 데려다주고, 일부 주민은 이사 갈 집을 알아본다고 한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 10여 개, 학교 10여 곳이 몰려 있어 불안감은 더 확산되고 있다. 조두순이 2020년 출소 후 경기 안산에 거처를 마련했을 때 불과 1km 거리에 살던 피해자 가족들이 결국 이사를 가야 했던 사태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수원시는 해당 오피스텔에 청원경찰을 배치하고 폐쇄회로(CC)TV 모니터링 요원도 채용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보호조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실효성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보호관찰 당국이 집중 감시를 했다는 조두순도 지난해 3월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거리를 활보하다 붙잡혔다. 성범죄 재범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은 4년 새 28%가량 늘어난 1417건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학교나 보육시설로부터 반경 500m 내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성범죄자라고 하더라도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고 이중 처벌이 이뤄져선 안 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법률에 근거해 적정 수준의 제약을 두는 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
기존 입법 예고안에는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3회 이상 상습범, 10년 이상 복역한 전자발찌 부착자 등으로 적용 범위를 한정했다. 박병화 조두순 같은 흉악한 성범죄자들이 매년 60명가량 출소하는데 이들의 거주지를 제한할 최소한의 기준마저 없다면 재범 위험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주민들이 불안을 견디다 못해 이사 가야 하는 부조리가 계속될 것이다. 성범죄자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시민의 거주 안정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호돼야 한다. 22대 국회는 이런 원칙하에 ‘한국형 제시카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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