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아내,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 선물하면서 ‘잘 봐 달라’고 읍소한 게 몇 번인지 몰라요. 그렇게 아부 안 했으면 선수들에게 마음 놓고 큰소리 못 쳤죠.”
프로 팀 감독 시절 ‘카리스마’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녔던 A 씨의 말이다. A 씨는 특히 선수단 숙소 생활 관리 능력 하나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을 들었다. 선수들 외출·외박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아니냐’는 비판이 따를 정도였다.
그런데 당시 선수들 대부분이 여전히 ‘그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A 씨는 자신이 지도자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유로 ‘아부’를 꼽았다. “선수가 숙소에서 도망쳐서 ‘소풍’을 갔을 때 여자친구에게 ‘여기 있으니 데려가라’고 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부는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제니퍼 채트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상대로부터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아부다. 인간은 아부에 한없이 약한 존재인 데다 ‘아부는 이 정도까지만 해야 효과가 있다’는 한계도 없다. A 씨 사례처럼 아부는 위에서 아래로도 통한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아부는 고래가 노래하며 춤추게 만든다.
맞다. ‘아부는 나쁜 것’이라고 지적하는 말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 보면 ‘아부하면 안 된다’는 말보다 ‘아부는 걸러 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들라이 스티븐슨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1900∼1965)는 “아부는 항상 옳다. 당신이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이라고 말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아부를 그저 칭찬인 줄 아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1890∼1969)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4성 장군’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내가 골프를 얼마나 못 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전까지 그와 공을 치는 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는 다들 짐작하는 대로일 거다.
이를 한 번 더 뒤집으면 인간은 ‘직언’에 정말 약하다는 뜻도 된다. 얼마 전 연승 중인 프로야구 팀이 수석코치를 퓨처스리그(2군)로 내려보낸 일이 있었다. 이 수석코치는 감독이 “내게 쓴소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직접 영입한 인물이었다. 이 코치도 참다못해 터뜨렸겠지만 이런 인물에게 듣는 쓴소리야말로 거슬리고 또 거슬리는 법이다.
가수 조영남 씨는 자작곡 ‘겸손은 힘들어’를 통해 ‘겸손 하나 모자란 것 빼면 내가 당대 제일’이라고 노래했다. 겸손이 이렇게 힘든 일이기에 세상에는 아부가 필요하다. 남을 높이는 게 나를 낮추는 것보다는 그래도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남을 높이면 보통 나도 높아진다는 게 아부가 지닌 힘이다.
아, 독자님처럼 훌륭한 분께서 이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대단한 영광이었다. 이 말은 절대 아부가 아니다. 그러니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좋아요’, ‘구독’ 한 번씩 눌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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