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어제 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었다는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 모여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개원 본회의를 집권당이 거부한 것은 제헌국회 이후 처음이다.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상임위원장 배분 싸움에 원 구성이 늦어지거나, 거대 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일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의견을 거의 좁히고도 처리하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안이나 이견이 없는 K칩스법안 등은 느긋하게 미룰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은 적이 많다고 주장한다. 또 대통령실을 상대하는 운영위원장은 집권당이 맡아온 흐름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11 대 7로 나눌 수는 있지만, 4월 총선의 압도적 민심에 따라 둘 다 민주당이 맡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7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국회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국회법은 본회의 표결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는 만큼 민주당 뜻대로 결정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22대 국회 초입부터 여야 대치는 불가피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우 의장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민심과 민의를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정부의 입법안은 거대 야당이 외면하고, 야당이 주도한 입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거부(veto) 민주주의’가 압도할 우려가 높아졌다. 그렇기에 새 국회의장은 여와 야 사이에서 원숙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 국회의장은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일하도록 한 2002년 국회법의 당파성 배제 정신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은 힘의 정치를 앞세우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4년 전처럼 일방통행을 하다가 다수 의석을 얻더니 오만해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관행대로 하자”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의석 차이에 걸맞은 양보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국회에서 의석수가 모든 걸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당이 민심과 순리에 더 충실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 것을 자주 목격했다. 22대 국회라고 다를 리 없다. 여야가 세 대결에만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이며, 새 국회의장 앞에는 정치를 복원시켜야 할 중재의 과제가 놓여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