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상정보,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의 열쇠[기고/유희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9일 22시 48분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올해 4월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48도 이상 치솟는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국영 에너지 회사의 경영난까지 겹쳐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BBC 보도에 따르면 폭염과 전력난으로 말리 일부 지역 얼음이 빵과 우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우리는 전력의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말리의 상황은 에너지 문제가 더 절박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에서 폭염, 한파, 호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재난으로 이어지곤 한다. 2020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폭염으로 정전이 발생했고 다음 해 2월 텍사스에서는 북극 한파로 발전소 터빈이 얼어 전력 공급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양날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적은 착한 에너지원을 소비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 배출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 공급이 2배 증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도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 변화가 심해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만일 친환경 에너지의 발전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기상관측 데이터를 이용한 예측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 맞춤형 수치예보모델로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왔다. 에너지 중심의 기상정보가 발전량 예측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의 정확한 예측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하는 국가로 독일과 덴마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독일은 2050년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올린다는 목표로 약 10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기상청은 친환경 에너지 기상 지원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방재 중심에서 에너지 중심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 다양한 에너지 분야 기관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상정보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범 실증지역 발전단지 인근 관측 자료와 기상관측 부지의 협조, 에너지 기상 기술 개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호 협력을 통해 신뢰도 높은 검증이 뒷받침된다면 향후 에너지 정책과 전력 수급 계획 등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재생에너지 실시간 입찰 제도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국내 전력 시장은 새롭게 개편될 예정이다. 예상보다 많은 친환경 에너지 기상정보 수요자가 생겨 기상정보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효과적인 기상 지원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생산·제공하는 참여자들 간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협력을 바탕으로 탄소 중립이 달성되고 에너지 관련 미래 신산업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기상정보#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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