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2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0차 세계물포럼. 148개국 1만30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 누수 방지와 관련된 각종 첨단 기술이 선보였다. 열화상 드론이 제방에서 물이 새는 틈을 찾아냈고 지하투과레이더는 시설물 균열을 탐색했다. 수중 드론은 관로에 투입돼 안전상태를 점검했다.
2022년 기준 전국 상수도 누수율은 9.9%로 서울시민들이 1년간 쓰는 물의 61%가 새고 있다. 생산원가로 따지면 약 7000억 원을 그냥 버리는 셈이다. 한국은 1인당 강수량이 전 세계 평균의 약 8분의 1 수준이고 하천 취수율이 36%에 불과해 물에 관한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반면 생활 및 산업용수는 꾸준히 증가해 최근 10년간 1인당 사용량은 20L가 늘었다. 물 쓰듯 물을 쓸 수 없다.
누수 원인은 낡은 배관 때문이다. 내구 연한인 설치 21년을 넘긴 수도관이 37%에 달한다. 하지만 매년 교체하거나 개량하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수도관 공사는 땅을 파서 관을 꺼내고 다시 매설해야 하기 때문에 큰 비용이 소요된다. 서울(1.6%) 부산(4.2%) 대구(2.4%) 등 대도시 누수율은 낮은 편이지만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강원 삼척(44%) 정선(41%), 전남 영암(45%), 경북 경주(41%) 등은 생산량 절반 가까이를 버리고 있다. 사실 161개 지방상수도 사업자 약 80%는 인구 30만 명 이하 지역을 담당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게 쉽지 않다. 대도시와 군 지역의 수돗물 생산원가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경부는 2017년부터 노후 상수도 관망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만 16곳의 정비사업을 마쳤다. 누수율이 30%에 달했던 전북 순창군은 배관 교체로 누수율이 1%대로 낮아지는 성과도 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누수율은 2013년 10.7%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내세운 선진국 누수율 5%에 도달하려면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지방상수도는 공기업으로 분류돼 수익을 낼 때 투자를 할 수 있다. 반면 대부분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설치돼 시설 투자가 쉽지 않다. 국비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관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배수관에 센서를 설치해 수질, 수압, 여과장치 등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이다. 낡은 배관에서만 물이 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후관 개량과 함께 스마트 관망 관리로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게 필요하다. 상수도 지하배관망의 지리정보체계(GIS)는 광역시만 100% 완료했을 뿐 군 단위 지역에는 평균 35% 정도 설치에 그치고 있다.
‘세계는 물의 전쟁 중’이라고 불릴 만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치수(治水)에 관심이 많다. 영국 런던시 템스워터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데이터 딥러닝을 통한 누수 관리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도 AI를 활용한 수돗물 공급망 개선에 나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세계 물 수요는 공급을 40%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K워터가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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