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어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2018년 4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6년여 만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정부가 이미 일주일 전 예고했던 ‘감내하기 힘든 조치’ 중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심리전 수단이다. 정부는 이미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접경지역의 군사 활동을 제약하는 규정을 모두 풀고 확성기 재가동 준비를 마쳤다. 북한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낸 뒤 ‘잠정 중단’을 선언했으나 우리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띄우자 그제 밤 3차로 오물 풍선 330여 개를 날려 보냈다.
정부의 확성기 재가동은 북한의 저열한 도발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일 것이다. 특히 그 신속한 실행의 배경엔 도발의 책임을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로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 노림수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야당까지 정부의 대북 전단 무대응을 비판하고 나서자 신속한 조치로 논란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즉각적 대응에 북한이 확성기 조준 타격 같은 강경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엔 총탄이 오가는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엔 남북 간 긴급 협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극적인 위기관리 채널마저 가동하기 어려울 만큼 험악한 게 남북 관계의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남북은 군사적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남으로 북으로 풍선을 띄우는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도발에 맞선 보복, 응징과 앙갚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결기 못지않게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용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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