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우파와 극우 정당들이 의석을 크게 늘렸다. 종전에는 전체 의석(705석)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새 전체 의석(720석)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강경우파 정당 교섭단체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극우정당 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각각 73석과 58석을 얻었다. 친나치 발언으로 ID에서 퇴출된 독일대안당(AfD)의 15석, 헝가리 피데스당의 10석 등을 합치면 170석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우파 정당으로 1위 교섭단체인 유럽국민당(EPP)의 185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턱밑까지 추격했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인구 규모에 따라 의원수가 할당되고 각국에서 비례대표제로 뽑는다. 프랑스에서는 ID 소속인 국민연합(RN)이 득표율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을 약 두 배 차이로 앞섰다. 독일에서는 EPP 소속인 기민·기사당 연합이 1위를 차지했으나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민당은 AfD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해 의회해산권을 발동해 조기 총선을 실시키로 했고 독일에서는 기민·기사당 연합이 사민당 연정을 상대로 조기 총선 압박에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경우파와 극우의 약진은 백인 중산층에게까지 밀어닥친 경제난과 치안 불안을 세계화와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데 기인한다. 미국에서 2016년 강경우파와 극우 사이에 위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고 올 11월 대선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에서 마린 르펜 RN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과 결선 투표를 치렀고, 독일에선 AfD가 사민당을 추월해 기민·기사당 연합에 이은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져도 제2의 트럼프를 우려할 정도로 공화당은 풀뿌리 조직에서부터 변했다. EU의 쌍두마차인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인구 규모로 세 번째인 이탈리아에서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됐고 네 번째인 스페인에서 강경우파와 극우 정당이 2, 3위 정당이 됐다. 미국과 유럽의 우향우는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같은 나라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긴 안목으로 시대의 변화를 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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