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지난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불참 속에 반쪽 개원한 데 이어 어제는 법사위원회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도 반쪽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국회 운영의 핵심인 3자리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위원장 후보를 여당이 내지 않으면 그 자리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 한 정당이 핵심 세 자리를 모두 차지한 것은 21대 국회 전반기(2020∼22년)에 딱 한 차례 있었을 뿐이다. 그때 집권 민주당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고 각종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오만’과 ‘폭주’라는 비판 여론 앞에 후반기엔 국민의힘에 법사-운영위원장 자리를 양보했었다. 이번에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경우 두 번째 독식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여야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각종 특검 등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는 법사위를 놓고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상임위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위원장을 다수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으로 법원 검찰 등을 관할하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 한다는 게 ‘진짜 속내’라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
22대 국회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독주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상태로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할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정치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압박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 처리와 공영방송 경영구조를 바꾸는 방송3법 추진 등을 예고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여당과 맞붙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반면 여당은 국회 보이콧 외엔 별다른 대응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식의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때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가 역풍을 맞은 전철을 밟도록 하자는 계산인지 모르겠으나 집권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민생 현안을 쌓아둔 22대 국회가 상임위원장 배분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대치를 보이는 것은 암울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제어장치 없는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이 가능해졌고, 집권 여당은 속수무책이다. 정치 공방에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더 밀려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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