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친화’ 관광지 한국, 세계 실버 여행객들에게 알리자[카를로스 고리토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1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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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라고 하면 흔히 K팝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젊은 팬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들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여행객들이 있다. 바로 ‘실버 세대’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몇 주 전, 일흔이 넘으신 부모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다. 한국에 거주하는 자녀를 방문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초청받으신 것이었다.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한국을 여행하다 보니, 한국이 참 시니어 친화적인 여행지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첫째로, 한국에는 ‘경로우대’라는 요금이 따로 있다. 평소에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들어갈 때 잘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놀라울 정도로 많은 혜택이 있었다. 일례로 어머니께서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쿠아리움’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는데,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입장료가 꽤 비쌌다. 하지만 그곳은 만 65세 이상이면 입장료를 무려 30%나 할인을 해주었다. 그것을 설명해 드리자 부모님은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경해 주는 문화가 있다니, 대단하다!”라며 기뻐하셨다. 물론 브라질에도 할인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공공기관만 있지, 민간 시설까지 폭넓게 혜택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여행의 장점 두 번째는 바로 이동의 편리성이었다. 부모님은 아직 거동이 불편하신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연세가 있는 만큼 오래 서 있기 힘드실 때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거의 모든 곳에는 어르신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해주는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경기 고양에 있는 국제꽃박람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아름다운 꽃에 신나서 다니시다가 그만 넘어지시고 말았다. 다치신 건 아니지만, 또 넘어지실까 걱정되어 집에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는 휠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대여 절차도 쉬웠고 안내도 친절했다. 안내원분들은 외국인 어르신 부부가 행사장을 찾은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기간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점이 정말 놀라웠고, 모든 이를 배려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 덕분에 부모님은 아름다운 꽃들과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행사장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도 늘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 부모님의 방문을 통해 특별한 이동 지원이 필요한 모든 분을 위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다. 브라질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예약해야 한다. 만약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할 일이 생기면 병원 응급실로 가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일에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비교적 쉽다. 때로는 병원에 도착한 지 몇 분 만에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한 장점을 몸으로 직접 느낀 것이 바로 부모님이 출국하시기 하루 전날의 일이다. 2주간 지내시면서 너무 즐겁게 한국을 구경한 탓일까. 여행 피로와 시차로 인해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급기야 비행기를 타기 전날 갑작스레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다. 나는 당장 자주 가는 동네 병원으로 차를 몰았고, 즉시 전문적이고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평생 이렇게 빨리, 그리고 이렇게 많은 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의 꼼꼼한 진료 덕에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무사히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부모님의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제할 때 외국인이라 국민건강보험 지원 없이 치료비 전액을 다 지불했음에도 브라질보다 훨씬 저렴했던 것이다.

사실 외국에서 갑자기 아프면 걱정이 많다. 의사소통도 그렇고,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나 질적인 문제도 있고, 비싼 금액도 부담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외국 어르신들이 믿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구나, 무슨 일이 생겨도 적절한 의료 조치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라다’라고 생각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활기차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 한국 어르신들처럼, 외국에서도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한국처럼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나라가 사실 세계에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의 실버 여행객들에게 한국은 진정한 관광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장점을 더 많이 홍보하여, 더 많은 실버 관광객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고령#관광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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