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마감된 10조5300억 원 규모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공사 입찰에 건설사들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활주로, 방파제를 포함한 부지 공사는 신공항 총공사비 13조4900억 원 중 78%를 차지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건설업계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이다. 내년 6월경 본 공사를 시작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24일까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입찰을 받기로 했지만 고난도 대형 공사를 맡을 능력이 있는 주요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입찰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당초 2035년 개항이 목표였지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완공 시점이 2029년 12월로 5년 앞당겨졌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완공 목표는 그대로여서 공사를 맡는 기업은 10개월 안에 설계, 5년 안에 건설까지 끝내야 한다. 1단계 완공에 9년 걸린 인천공항 건설 기간의 절반에 불과해 졸속 설계, 부실공사 우려가 적지 않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육지와 해양 매립지를 연결해 활주로를 짓기로 한 것도 건설업체들이 참여를 꺼리는 원인 중 하나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땅이 육지보다 빨리 꺼지면서 활주로가 파손되는 ‘부등침하(不等沈下)’ 우려 때문이다.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형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건설업체들로선 이렇게 어려운 정부 발주 공사를 맡았다가 완공 시점을 못 맞추거나, 나중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져야 한다. 인건비·자재비 등 토목 공사비가 급증한 것도 입찰 참여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논란이 큰 대형 사업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뛸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했다. 외풍에 휩쓸려 급하게 진행된 만큼 국제공항의 필수요건인 안전성, 재해 대응 능력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려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당초 계획보다 훨씬 긴 기간,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정부는 공사 방식, 완공 시기 등 전체 청사진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꼼꼼히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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