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8시 26분경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32차례 지진 중 최대 규모이며 호남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역대 최강이었다. 진앙인 부안을 중심으로 전북 지역에서는 건물 벽이 갈라지고 천장 구조물이 떨어지는 피해가 속출했고, 서울 부산 강원을 비롯한 전국에서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가 300건 넘게 접수됐다. 이후 규모 3.1의 지진을 포함해 크고 작은 여진이 16회 이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고 인근의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도 정상 가동 중이다.
이번 지진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지진이 드물었던 서쪽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2011년 이후 국내에서는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12차례 발생했으나 서쪽 내륙에서 일어난 지진은 처음이다. 서해안 일대에 이보다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은 있지만 내륙과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해 피해가 없었다. 더구나 이번 지진은 내륙 지진 중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이후 최대 규모다. 이제 한반도 전역에서 언제든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지진은 지각 변동으로 단층이 움직이면서 일어나는데 이번 지진이 어느 단층에서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지역 단층 정보가 부족해 조사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정부는 2016년 경북 경주와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한반도 단층 연구를 시작했으나 수도권과 동해안권 지역에 밀려 충청 전라 제주 지역 조사는 착수도 못 한 상태다. 그만큼 강진이 드물었던 데다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은 수심이 얕아 지진해일로 인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 것이다. 단층이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지진을 예측하고 대비할지 우려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쪽 지역에 지진 발생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발생 주기가 길어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한번 지진이 발생하면 그동안 힘이 쌓인 주변 단층들이 자극을 받아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10여 년간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강진이 잦았는데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의 단층을 활성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층 지도 제작을 서둘러야 한다. 지진 대비의 중요성은 올 4월 규모 7.2의 대지진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대만이 생생히 입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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