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푸틴 곧 방북… 러는 ‘금지선’ 中은 ‘거리’ 지키게 외교력 보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3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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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회담을 한 뒤 연회에 참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주 초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외신들이 푸틴의 방북이 임박했다고 보도하자, 우리 대통령실도 어제 푸틴의 ‘며칠 내 방북’을 확인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푸틴 환영 행사용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위성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방북이 이뤄진다면 2000년 이후 24년 만으로, 작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방문 이후 9개월 만의 답방이 된다.

푸틴의 방북은 신냉전 기류 속에 북-러 간 밀착을 한층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정은-푸틴의 작년 9·13 정상회담 이후 북-러 간엔 컨테이너 수천 개가 오가는 ‘위험한 거래’가 이뤄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가 고갈된 러시아에 포탄과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했고,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정제유, 무기 부품과 기술 이전 같은 반대급부를 챙겼을 것이다. 나아가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기구마저 무력화했다.

관심은 푸틴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가 내놓을 선물 보따리에 쏠려 있다. 북-러가 올해 초 양국 관계를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 세우겠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조약의 체결이 점쳐진다. 옛 소련 시절의 군사동맹에는 못 미치겠지만 안보협력을 명시한 조약이 나올 수 있다. 무기 거래의 심화도 우려된다. 푸틴은 인공위성 지원을 약속한 듯하지만 최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한계도 보인다. 핵잠수함 탄도미사일 등 핵심 기술의 이전은 미지수다.

푸틴 방북은 최근 한-러가 ‘우려의 균형점’을 찾아가던 와중에 이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살상무기는 어디에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밝혔고, 푸틴은 최근 이런 한국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호적 메시지를 던졌다.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기술 이전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자제하며 상호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삼자는 공감대를 만들어 가던 참이다. 그런 외교적 노력이 무너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진영 간 대결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북-러 밀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흐름일 수 있다. 그럼에도 푸틴 방북은 한국 외교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푸틴 방북을 확인해 준 것도, 그에 맞춰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를 알린 것도 북-러에 대한 견제 차원일 것이다. 러시아엔 금지선을 준수하며 대북 협력 수위를 조절하도록, 중국엔 북-러와 엮이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데 우리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푸틴#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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