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러 ‘준동맹 수준’ 격상… ‘깡패국가들’ 간의 상호 생존 의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8일 23시 27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자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서방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며 루블화 결제와 유엔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북-러 양국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두 나라는 이번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고 크렘린궁 측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 밀착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김정은의 러시아 극동 방문을 계기로 컨테이너 1만 개가 오가는 ‘위험한 거래’를 진행시킨 양국은 이제 새로운 조약 체결과 교역 시스템 가동 같은 제도적 틀까지 마련하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예고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다양한 양자 간 파트너십 중 동맹관계 바로 아래 단계의 최상위 파트너십이다.

사실 작금의 북-러 관계를 보면 동맹 이상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웃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침략전쟁을 벌인 러시아나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불법 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불량국가다. 그런 왕따 처지에서 절실한 무기와 물자를 주고받으며 생존을 의탁하고 있다. 나아가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로 유럽과 동북아 안보 환경을 동시에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옛 소련 시절의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같은 합의가 나올지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깡패국가 간 불순한 결합이 오래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당장의 필요에 따른 편의적 밀착 관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던진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정부로서는 당장 러시아가 북핵 고도화를 위한 첨단기술 제공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도록 단단히 경고하는 한편 향후 한-러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정교한 관리 외교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북한#러시아#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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