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 착공식까지 열었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공사가 5개월이 다 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의정부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고 착공식에도 참석했다.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자재비, 인건비가 올라 3년 전 사업 수주 때의 금액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GTX C노선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국토교통부와 실시협약을 맺고도 90일 안에 제출해야 할 착공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적자가 날 게 확실시돼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양측이 타협점을 못 찾아 착공이 계속 지연될 경우 GTX C노선을 2028년에 개통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
다른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들도 인플레이션, 고금리의 충격파를 맞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 경전철은 최근 민간 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2008년 위례신도시 계획 초기부터 핵심적인 교통 대책으로 추진된 사업인데도 17년 넘게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뛰어넘는 공사비 증액을 정부가 잘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몇 년 새 건설 공사비는 일반 물가보다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고, 고금리로 금융 비용도 급증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대한 대책 없이 사업을 따낸 건설사들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해 볼 공사를 강제할 수도 없다.
올해 초 전국의 교통 인프라에 134조 원을 투입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문제점들은 예견됐다. 4월 총선을 겨냥해 급조된 계획들은 장밋빛 시간표대로 진행되기 어렵고, 정부 주장처럼 사업비의 절반을 민간 투자로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많았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형 SOC 사업이 지연됐을 때의 피해는 결국 정부의 약속만 믿고 집을 사서 이사한 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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