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선택을 요구한다[임용한의 전쟁사]〈321〉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4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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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네치아였다. 어떤 외국인이 오더니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데 왜 여기서 놀고 있냐고 꾸짖었다. 그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기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더니 그 사람이 펄펄 뛰었다.

이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세상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자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다시 세계의 주목을 집중시켰고, 푸틴의 방북과 상호협력 조약으로 제대로 시선을 끌었다.

북한이 단지 관심받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아니다. 북한의 생존 방식은 이제 군사력밖에 없다. 북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따라잡기는 불가능이다. 중국식 성장조차도 북한은 용인할 수 없다. 러시아식 성장은 자원이 없고, 그 정도 경제 자유만 생겨도 러시아와 달리 북한 체제는 붕괴한다.

대한민국은 성장했지만, 불평도 늘고, 안보는 둔감해지고, 힘든 일은 싫고, 국제 정치나 국내 정치나 외골수가 되어 편안함만 추구하고 있다. 적어도 북한의 눈에는 이런 현상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망국적이고 파멸적인 징조로 보일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건 극우적 발상이다. 지금 북한의 고민이자 목적은 대한민국 병합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이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 그건 궤변이다. 전쟁과 평화는 생존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갈등은 이미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세계에선 다시 블록화가 진행되고, 지구는 집단방어체제로 다시 구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협정은 이런 절차를 선구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이젠 냉정해져야 한다. 군비를 축소하면 평화가 온다는 말은 궤변이다. 우리가 남을 해치지 않으면 남도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는 건 망상이다. 힘이 없는 정의는 쓰레기다. 국제사회라는 정글은 이상이 아니라 선택으로 판단한다.


임용한 역사학자
#국제사회#북한#평화#전쟁#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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