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도 8명이 나왔다. 역대 화학공장 사고 가운데 최악의 참사다. 소방당국은 소방 인력 191명과 펌프차 등 장비 72대를 동원했지만 공장 내 리튬이온 배터리 3만5000개가 잇달아 폭발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충전하지 않는 일차전지는 제조 당시 완충된 상태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화재 시 위험성이 크다.
화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장에서는 ‘펑’ 하는 폭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발생한 연기가 반경 수km 내의 공장과 주택 등을 뒤덮었다. 최초 발화는 완제품 검수·포장 작업 중 일어났고, 배터 리 셀 하나에서 시작된 화재가 급속히 번졌다고 한다. 금속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온도가 오르는 ‘열 폭주’ 현상 탓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초진에 약 5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다량의 유독 가스도 발생해 피해가 더 커졌다. 사망자는 모두 건물 2층에서 나왔고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가 대다수다. 순식간에 연기가 몰리면서 대피 계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장에 샌드위치 패널을 쓴 것도 문제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로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질 수 있다. 이런 취약한 건조물 안에 쉽게 불이 나고 진화마저 어려운 배터리가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장이 대형 화재에 대비가 돼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불량 배터리에서 발화한 불이 집적된 배터리에 옮겨붙었을 경우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 약제 등 수단이 갖춰져 있었는지, 직원 대피 교육은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금속화재는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 소화기 개발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배터리 산업 규모가 커진 현실에 맞게 관련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전국 배터리 공장의 화재 대비 태세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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