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무한도전”… 1000조 머스크 제국 일군 ‘제로 투 원’ 정신[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5일 22시 57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창업자의 대부분은 인류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만든 사람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치들을 발전시켜 더 큰 가치를 만든다. 네이버는 야후가 만든 검색 산업을 발전시켜서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서비스로 성장했다. 카카오는 이동통신의 문자 서비스와 메신저 서비스를 결합해 4870만 명이 이용하는 무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톡을 만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세상을 바꾼 기업을 세운 창업자는 매우 적다. 스마트폰 산업을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검색엔진을 처음으로 상업화한 야후의 제리 양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어려운 방식의 창업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성공한 이가 하루가 멀다하고 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 연쇄 창업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캐나다 국적인 어머니 덕분에 캐나다 시민권을 얻어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1990년대 초 아이비리그 명문인 미국 펜실베니아대에 편입해 물리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머스크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95년부터 인터넷 붐에 올라타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집2(Zip2)라는 인터넷 도시 가이드 회사를 세운다. 서류상으로 머스크는 1997년에 졸업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학업은 1995년에 거의 다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9년에 회사를 컴팩에 팔며 스물여덟의 나이에 2200만 달러를 벌었다. 머스크는 회사를 매각한 동시에 또 다른 회사인 엑스닷컴(X.com)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나중에 미국의 온라인 지불결제 시장을 장악한 페이팔(Paypal)이 됐다. 2002년 온라인 전자상거래회사인 이베이(한국의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미국 회사)에 팔렸다. 머스크는 이 매각으로 다시 약 1억7500만 달러를 벌었다. 일반적인 창업자라면 어떻게 할까. 두 번의 매각으로 큰돈을 거머쥐었다면 자신의 성공담을 배경으로 벤처 캐피털을 만들고 창업자에서 투자자로의 길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머스크의 창업 스토리는 이때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머스크가 마냥 모범적인 삶만 사는 창업가는 아니다. 첫 번째 경제적 성공 이후 머스크는 10억 원이 넘는 스포츠카 맥라렌 F1을 타고 성능을 자랑하다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 도지코인과 같은 베타코인에 대해 ‘장난스러운’ 지지 발언으로 코인 생태계를 교란했다. 잦은 외도와 관련한 소문들도 퍼졌다. 심지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격투기 경기를 생중계하겠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머스크와 사이가 나쁜 저커버그는 오랜 기간 종합격투기를 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관광-전기차-AI… 꿈을 현실로

기행과 구설수도 머스크의 창업 본능은 막지 못했다. 두 번의 창업 성공 이후 머스크는 본격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과학에 빠져 있던 그는 2002년 시선을 우주로 돌렸다. 상업적 우주 관광과 화성 탐사 및 거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로켓을 한번 쏘아 올릴 때 드는 막대한 비용이다. 그는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개발에 도전했다. 그가 세운 우주개발 회사 스페이스X(SpaceX)는 상업용 로켓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우주 비행사를 국제 우주 스테이션에 보냈다. 기사용된 로켓을 재사용하여 다시 우주 비행사를 우주로 보내는 데도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사람들이 공상과학적 상상으로만 그려 봤던 우주 관광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2003년 내연기관 차량이 환경을 해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6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 돼 회사 경영진들을 감독했다. 2008년에는 기존 최고경영자(CEO)를 밀어내고 취임해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기자동차를 상업화한 최초의 회사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자동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존 사업인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자기시장잠식(캐니벌라이제이션)’을 우려해 본격적인 상업화를 시도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이때 테슬라가 전기차 상업화에 성공했고,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부랴부랴 뛰어들게 됐다. 테슬라는 100여 년간 유지되고 있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 균열을 냈다.

그는 2015년 오픈AI라는 기업을 공동창업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한 새로운 AI 서비스다. 머스크는 2016년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2018년 다른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픈AI 이사회를 나왔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와 AI 칩을 연결해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계들과 인간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인류가 겪는 뇌 관련 질병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뉴럴링크는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7년 로스앤젤레스의 끔찍한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더보링컴퍼니를 세웠다. 현재의 2차원적으로 구성된 평면 교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3차원적인 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하에 터널을 뚫어 주요 교통 요지들을 연결하고 지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자동차들이 그 터널에 진입할 수 있게 하면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현재 더보링컴퍼니는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터널들을 건설하고 있다.

머스크는 “어떠한 일이 중요하다면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그 일을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는 단순히 부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당면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사업 철학이다. 그가 창업한 회사의 대부분은 다른 기업들이 엄두도 내지 않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상업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공 후 오랜 기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돼 큰 재무적 성과를 거뒀다.


韓기업, ‘창조적 모방’만으론 한계

한국의 대기업 및 스타트업은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들을 한국에 맞게 지역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쿠팡은 아마존 모델을,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버 모델을, 현대자동차는 테슬라 모델을 창조적으로 모방해 한국 시장에 맞게 적용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창조적 모방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고, 중요한 국내 내수 시장을 해외 기업에 뺏기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창조적 모방만으로는 우리가 해외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 언젠가는 그들에게 우리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우리의 검색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회사들도 국내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오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추격자들을 따돌리려면 인류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차게 도전하고 있는 머스크에게 배워야 할 게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중요한 문제들을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많은 투자자가 젊은 학생 또는 젊은 기업가에게만 기대를 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사회적 자본과 인적 자본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너무 위험한 짐을 던져 주는 것일 수 있다. 머스크와 같이 이미 성공한 기업가들이나 든든한 자본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안정적인 내수 시장에만 만족하지 말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머스크의 생각을 인용하고자 한다. “당신은 당신이 해결하는 문제의 난도에 비례해 보수를 받습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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