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오경필(송강호) 중사가 남한군 이수혁(이병헌) 병장에게 던지는 그 말은 남북한 간의 분단 대치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건 판문점에 그어진 군사분계선 하나로 그림자도 넘어가는 걸 경계하는 남북한의 상황을 말해주면서, 동시에 그림자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군사분계선의 허망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경계하는 마음이라면 그 선은 그림자도 허용 않는 배척의 의미를 갖지만, 서로에 대해 열린 마음이라면 그 선은 그림자 농담을 해도 좋을 환대의 의미를 갖는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중립국에서 파견된 소피(이영애) 소령이 수사하는 과정을 담았다. 첨예한 대치 속에서도 같은 인간으로서 남북한 병사들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우정이 뭉클한 감동을 주면서, 그런 평화 역시 돌발 사건 하나로 깨져 버릴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까지 보여준 작품이다.
‘쉬리’부터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포화 속으로’ ‘고지전’ ‘인천상륙작전’ 등등. 유일한 분단국가인지라 남북관계는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흥미로운 건 이들 작품이 당대의 남북관계 분위기와 맞물려 대결 혹은 화해 분위기를 오가며 그려졌다는 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2000년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화해 분위기 속에서 개봉돼 무려 68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가 대결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아련한 향수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경계가 아닌 열린 마음으로, 배척이 아닌 환대할 수 있는 관계로의 회복은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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