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기획사 상생 해법, 표준계약서에 있다[기고/배윤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6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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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영 한국콘텐츠진흥원 변호사
배윤영 한국콘텐츠진흥원 변호사

연예인,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법률자문에도 트렌드가 있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연예인, 연예기획사들이지만 고민하는 것이 마치 한 사람의 고민인 것처럼 비슷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연예인들(특히 신인·무명)의 가장 큰 고민은 “회사가 스케줄을 잡아주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또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영화·드라마 제작이 중단되던 시기 부지런히 소속 연예인들의 일거리를 찾아 스케줄을 잡았던 연예기획사의 고민은 “소속 연예인이 스케줄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이하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으로 위와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개정된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연예기획사가 계약상 매니지먼트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연예인은 연예기획사에 대해 적절한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갖는다. 동시에, 연예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연예 활동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 성실하게 의무를 다한 연예기획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위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 조항 외에도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개정된 표준전속계약서 조항들도 있다. 바로 상표권, 디자인권 등에 대한 조항들이다.

연예인의 이름은 하나의 상표가 돼 그 위에 화려한 디자인이 더해지기도 하고, 때로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 여러 가지 상품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산업 동향에 발맞춰 연예기획사들은 전속계약 내에서 상표권, 디자인권 등의 권리관계를 안정적으로 정립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표준전속계약서는 상표권, 디자인권 등에 대한 계약 당사자의 권리를 기존보다 구체화해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특히 전속계약 종료 후 권리의 이전 방식에 대해 가수가 그룹인 경우와 솔로인 경우를 나누어 규정했는데, 이는 계약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향후 권리설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지난해 빅이슈였던 ‘탬퍼링’(계약 만료 전 접촉해 영입 시도)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예인의 동일·유사 콘텐츠 제작·사용·판매 금지의무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전속계약 종료 후 관련 콘텐츠에 대한 기대수익을 낮추는 방식으로 탬퍼링 유인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산업 내 계약 안정성을 도모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전속계약서의 사용이 법적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2023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준전속계약서 사용률은 90.8%로, 다른 표준계약서 사용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수치로 알 수 있듯이 업계의 준법 의지는 높다. 하지만 산업 특성상 급격한 변화가 자주 일어나고 어떤 일이든 빠르고 크게 이슈화되는 경향이 있어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한 예방법은 표준전속계약서에 담겨 있다. 이번에 개정·고시된 표준전속계약서가 연예인의, 연예기획사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들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연예인#기획사#표준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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