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발표나 여당안보다 과감한 ‘민주당표 K칩스법’을 내놨다. 올해 말 시효가 끝나는 반도체 시설투자·연구개발(R&D)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고, 공제 비율도 대폭 높이는 등 경제계가 요청한 내용들이 반영됐다. 정쟁에만 몰두하던 여야가 국가 미래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쟁하는 긍정적 사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마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시설투자액의 15∼25%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던 것을 25∼35%로, 30∼40%였던 R&D 세액공제율은 40∼50%로 높였다. 공제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면서 기간만 6년 연장하는 여당안보다 강도를 높이고, 기간도 10년으로 늘렸다. 전력·산업용수 공급과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정부가 확정한 18조 원 규모 반도체 산업 금융 지원을 더 늘려 100조 원까지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특히 시설투자의 15%만 세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던 대기업·중견기업의 시설투자 공제율을 25%로, R&D 공제율은 40%로 높인 부분이 주목된다.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주저하던 대기업의 지원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어서 과거와 같은 내부 반발도 줄어들 전망이다. 민주당의 법안 발의에 최상목 부총리도 “정책 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한층 강화된 지원 법안을 내놓긴 했지만 반도체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직접 보조금이 빠진 것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반도체에 사활을 건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 정부는 이미 텍사스주에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설비투자 지원 명목으로 9조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는 대만 TSMC에 4조 원 넘는 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여야가 공유해 같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 건 반가운 일이다. 세제 혜택 기간 연장은 여야가 동의하면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망 확충, 용수 공급 등 투자의 발목을 잡던 난제들 역시 훨씬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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