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전휴재]법관 연령 다양화 ‘발등의 불’… 젊은 배석판사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6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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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등 경력자를 판사로 뽑는 현 제도
법관 고령화돼 재판 지연-다양성 부족 문제
체력-집중력 좋은 젊은 법관이 판결 실무
10년 이상 경력자를 재판장으로 해 보완을

전휴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휴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법관 임용 방식이 전면적으로 전환되었다. 그 전에는 대륙법계의 ‘직업법관제’를 취하여 법학을 공부한 젊은 인재들을 시험을 거쳐 선발한 후 배석판사-단독판사-부장판사-법원장-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승진 단계를 밟도록 하였는데, 영미법계의 ‘법조일원화’로 전환하면서 로스쿨 졸업 후 일정 기간 변호사 등 경력을 갖춘 법률가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게 된 것이다.

그 근거는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판사가 재판하는 것이 사법부 신뢰를 높인다는 점과 법조일원화에는 본래 승진 개념이 없으므로 법관의 관료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는 법, 법조일원화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대륙법계인 우리 재판 제도와 영미법계의 법조일원화는 상호 모순적이다. 미국의 1심 재판을 보면 증거조사를 통한 사실인정은 배심원이 맡고, 판사는 배심원을 지도하면서 절차를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은 배심원 평결에 따르고, 이유 작성도 권장 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판결이 대체로 짧다. 또 1심 법관은 모두 단독판사이며, 법관 1인당 2∼4명의 로클러크가 판결 작성 등 업무를 보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용 후 최소 4년간 합의부 배석판사로 근무하는데,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이 모두 법관의 몫일 뿐 아니라 판결 자체로 완결성을 요하므로 이유가 길고, 따라서 작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또 로클러크에 해당하는 재판연구원도 1심 합의부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40대 법관이 사실인정과 판결 작성의 고된 배석 업무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역이다. 현재 사법부의 중대한 과제는 재판 지연 해소인데, 왕성하게 일해야 할 배석판사가 고령화되는 것은 걸림돌이 된다.

둘째, 우수한 인재들이 법관 지원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법관 임용에 경력 5년을 요구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7년,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이 된다. 대형 로펌 변호사의 경우 7년 차는 해외 유학, 10년 차는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는 시기이다. 법관 보수가 로펌의 절반에 못 미치는 현실에서 40대의 유능한 변호사가 유학과 승진을 포기하고, 새로운 업무와 지방 근무를 감수하면서 법관직을 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자질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는 능력과 인품이 아닌 집안의 재력이나 상대적인 워라밸 추구가 법관 지망을 고려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법조 경력 10년을 채워야 법관이 된다면 전체 법관의 연령대가 고령화된다. 2022년 기준 법관 연령은 30대 32.2%, 40대 42.5%, 50대 22.9%, 60대 2.4%인데, 법조일원화가 완성되면 30대 법관은 찾을 수 없게 된다. 소송 당사자의 연령이 다양한 만큼 법관의 구성도 그에 맞출 필요가 있다. 법관 연령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세대별 가치관을 반영한 창조적인 법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30대 법관을 적정 규모로 선발하는 것은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일로 특정 세대의 법관만 임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법조일원화를 폐지하고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를 바로 법관으로 임용하는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를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제도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논리 필연적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사회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관계에 노출되면서 법관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현실적 방안은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완화하여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법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들이 배석판사로서 재판 실무를 충실히 익히면서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청년 세대의 목소리가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재판장은 원숙한 경륜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독판사는 법조 경력 10년, 부장판사는 15년 이상을 요하도록 하고, 경력 10∼20년의 법률가 중에서도 능력과 인품이 출중한 분들을 임용하는 것 역시 사법부 신뢰를 위해 긴요하다.

법원조직법 개정 등 이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조속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휴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관 고령화#연령 다양화#젊은 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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