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 51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 속 야당 단독으로 열린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및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16개 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이른바 방송4법이다. 이어진 수석전문위원의 5분 30초간의 검토보고, 뒤따른 단 7분간의 대체토론이 있은 뒤 오전 11시 8분 방송4법은 모두 과방위 문턱을 넘었다. 법안소위 심사, 축조 심사(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며 의결하는 절차), 찬반토론 등 다른 절차들은 건너뛰었다.
파행적인 상임위 운영을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4년 전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을 때도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을 처리하며 가동했던 방법이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국민의힘 의원들(당시엔 미래통합당)의 고성이 없었던 것뿐이랄까.
그 뒤로 상임위 운영 방식은 더 거칠어졌다. 모욕과 조롱, 비아냥이 첨가됐다. 역시 야당 단독으로 열린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초유의 ‘10분 퇴장 벌 청문회’가 벌어졌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게 잇따라 “10분간 퇴장” “반성하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위원장의 발언에 끼어들었다는 이유, ‘예, 아니오’로 답하지 않는다는 이유, ‘토 달아서’ 사과했다는 이유였다. 퇴장하는 이 전 장관을 향해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라고도 했다.
충격과 공포의 법사위 회의를 계기로 여당은 결국 상임위 복귀를 선언했다. 상임위 파행 운영에 조금이라도 브레이크가 걸릴까 하던 기대도 하수의 오판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한 25일 오전 법사위 회의장. 여당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정 위원장에게 “여당 간사부터 선임하고 의사일정을 정하자”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회의는 6분 만에 정회. 유 의원이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정 위원장은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나”라고 맞받았다. 이를 듣던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 자랑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정치권에선 세 사람의 학력이 담긴 ‘학력배틀 지라시’가 돌며 웃음거리 소재가 됐다.
그렇다고 여당도 잘한 건 없다. 복귀 이후 열린 총 7번의 상임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3차례 퇴장하고 1차례 불참했다. 거야의 폭주 속에서도 상임위 배분 문제로 여당 내 의원들이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한심한 모습들이 22대 국회 개원 후 불과 29일 만에 벌어졌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작금의 정치권은 자신들의 모습이 생중계가 되든 말든 신경도 안 쓰이는 모양이다. 국민들은 22대 국회 남은 1431일 동안 이런 장면들을 보고 또 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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