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이스라엘-헤즈볼라[임용한의 전쟁사]〈322〉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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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연일 초고난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초고난도 발언이란 희한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런 희한한 말싸움 전쟁은 처음 보아서다. 전쟁은 아무리 충분한 이유가 쌓였다고 해도 시작은 은밀하게 기습적으로 하는 법이다. 하지만 두 나라는 당장 내일, 아니 1시간 후에 전쟁을 시작할 듯한 기세로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게 말 폭탄만 던진 지가 벌써 몇 달째이다. 이젠 이런 발언들이 상대의 긴장을 늦추게 하려는 허허실실 작전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이란, 미국까지 가세했다. 이란도 지금 이스라엘과 정규전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 지난번 양국이 한 차례씩 주고받은 공격은 전쟁 의지가 아니라 더 이상 확전은 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긴장이 높아지자 이란이 다시 참전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전쟁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말 전쟁이 나면 우리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흘렸다. 선거철에 유대인의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헤즈볼라나 이란의 전쟁 의지를 막으려는 강경책인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말의 수위가 올라가는 건, 양국 모두 속으로는 전쟁이 초래할 부담과 뒷감당을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과 포격과 폭격 수준은 이미 선을 넘었다.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도 파멸을 앞당기겠지만, 하지 않아도 파멸을 초래하는 상황에 와 버렸다. 전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제는 충돌의 규모와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망신을 줄 만큼 강하다고 한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가자 전쟁에서 진을 뺀 이스라엘이라 헤즈볼라 공격은 조심스럽게 임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더 과감하고 파괴적이고, 예상치 못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 중동과 세계는 더 어려워져 간다.

#이스라엘#헤즈볼라#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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