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의 초반 당권 경쟁이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뜨겁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여당 지지층에서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 프레임을 띄우며 협공에 나섰다. 이에 한 후보도 다른 후보의 과거 언행을 들어 반격하면서 비방전은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당내에선 이러다 과거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간 싸움처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불과 일주일 된 여당의 당권 레이스가 초반부터 배신자 논리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일부 조사에선 여당 지지층의 과반이 한 후보를 선호한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세 후보는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것을 들어 “하루아침에 배신하고…”(원 후보)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나 후보)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윤 후보)이라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한 후보마저 “누가 진짜 배신자냐”라며 다른 후보의 ‘과거’를 건드리고 있다.
그런 유치한 다툼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도 머리만 모래 속에 처박은 타조와 같은 한심한 모습이다. 집권여당으로서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를 겪었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서 변한 것은 없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 중진으로서 모두가 선거 패배의 책임이 큰 데도 반성은커녕 당내 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며 남 탓 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넘어 당의 진정한 재건을 위해 이뤄야 할 보수 혁신의 비전이나 건전한 당정 관계, 나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쇄신 방안이 나올 수가 없다.
이런 이전투구를 보면 당권 주자 모두가 하나같이 여소야대의 현실, 즉 압도적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에 무기력한 소수 여당의 현주소를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지금 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는 민심의 저변을 읽고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길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에 맞설 대항마로서 자신을 내세울 뿐 어떻게 대통령과 야당을 설득해 협치를 이끌어낼지에 대해선 아무도 말이 없다. 말로는 위기라면서 그 현실은 외면하는 정치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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