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무수석에다 정무장관까지… 문제는 자리가 아닌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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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1 뉴스1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1 뉴스1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정무장관 신설 방안 등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와 정부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정무장관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정부는 정무장관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정무장관은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를 수행하는 자리로, 대국회 업무를 주로 맡는다. 역대 정부에서는 무임소장관, 특임장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폐지됐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부활시켰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뒤 다시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가 11년 만에 정무장관 신설 카드를 꺼내 든 것은 4·10총선 이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무라인을 보강해 야당과의 접촉면을 늘려 국정을 원활히 해보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대통령실에는 재선 의원을 지낸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이 있고, 정진석 비서실장도 5선 의원 출신이다.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한 참모들이 이미 여럿 포진해 있는 만큼 야당과 폭넓게 접촉하려면 이들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정무장관을 만들겠다면 대통령과 야당이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있어 정무수석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단지 예산과 인력을 들여 내각에 장관 자리 하나 만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된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거대 야당의 협력 없이는 4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어려운 윤 대통령으로서는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4월 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회담을 가진 것 외에는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당 초선 당선자들과의 만남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힘 대 힘으로 야당과 대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먼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자리를 만들더라도 옥상옥이 될 뿐이고 정치의 복원은 요원할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 방안#정무장관#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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