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다만 대정부질문 도중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 속에 본회의가 산회되면서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은 임시국회 기간인 4일까지는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상정을 둘러싼 여야 간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경찰과 공수처 등으로 나뉘어 진행 중인 채 상병 관련 수사를 특검이 모두 넘겨받도록 하는 등 기존 법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해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처음 거부권을 썼던 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이첩과 회수를 전후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국방부와 해병대 관계자들 간에 여러 차례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졌다.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여러 추가적인 정황이 나오고 있다. 해병대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화를 냈고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이 대통령실 유선전화를 받은 뒤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핵심인데,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전화번호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누가 전화했냐’는 질의에 “대통령실의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사항”이라며 답을 거부했다. 정히 발신자를 공개할 수 없다면 최대한 상세하게 이유를 설명했어야 했다. ‘보안사항’이라고만 잘라 말하니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다.
국민의 관심사는 채 상병이 순직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이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외부에서 개입했는지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여론조사에선 특검 도입 찬성률이 63%에 달해 5월 조사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윤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은 이 사건과 관련된 팩트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게 민심에 부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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