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한복판서 날벼락 참사… 내가 당했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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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하는 과학수사대
2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대가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1일 오후 9시 26분경 이곳 인근에서 역주행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뉴시스
현장 조사하는 과학수사대 2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대가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1일 오후 9시 26분경 이곳 인근에서 역주행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뉴시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가 횡단보도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치는 대형 사고가 1일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는 등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귀갓길 삼삼오오 걷던 보행자들이 차량을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날벼락 참변을 당한 것이다. 평소 점심을 먹거나 출퇴근하던 거리가 참담한 비극의 현장이 됐고 내가 당할 수도 있었다고 느낀 직장인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 9명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아빠이자 아들, 동료였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관리를 맡았던 서울시청 김모 팀장은 우수한 성과로 상을 받은 날, 동료들과 저녁 자리를 가진 직후 후배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승진·전보 등 인사 발령으로 송별 회식을 했던 신한은행 직원 4명도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중 차에 치였다. 대형 병원 주차관리 직원 3명도 참변을 당했다. 빈소에선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 한복판을 시속 100km로 200m나 역주행한 비상식적인 사고이지만 그 원인이 미스터리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속 차량이 지그재그로 움직였고, 속도를 줄이다 스스로 멈춰 선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5월 차량 종합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방통행 도로에 역방향으로 진입하자 당황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은 것 아닌가 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운전자가 40여 년 경력의 60대 베테랑 버스 기사이고, 음주와 약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령 운전자의 실수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차량 영상 사고기록장치(EDR), 블랙박스, CCTV 등을 토대로 사고를 재구성하는 등 수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급발진이든, 운전 과실이든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정확한 원인에 따른 대책이 뒤따라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다 생때같은 목숨을 잃는 어이없는 참사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청역#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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