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AI 인재 유치로 난리다. 애플, 구글 등 소위 빅테크들은 좋은 디지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속한 회사를 통째로 사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자녀가 이렇게 전 세계가 원하는 디지털 인재가 되는 것을 마다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들은 속이 탄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디지털로만 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폭력과 같은 디지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22년 챗GPT가 등장했다. 사람보다 똑똑한 AI가 곧 변호사, 의사와 같은 직업까지 빼앗을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부모들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잡는’ 기존의 성공 법칙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렵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 자체가 불안한 세대는 인류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2024년의 세상은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며 계속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인류는 물리적 지구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AI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대한민국은 어떤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 디지털 위험을 걱정해 일부는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학교를 예시로 들며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이미 평균 3세 이전에 디지털을 접하고, 10세면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진다. 이미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디지털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DQ(디지털 지능)는 AI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디지털 역량을 총칭하는 국제 표준이다. IQ와 EQ가 이전의 산업 사회가 요구했던 인간의 역량이라면 DQ는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 필요한 인간의 역량이다.
디지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동시에 AI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하게 된 아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디지털 역량은 분별력을 가지고 디지털 위험을 최소화하고,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DQ 시민 역량이다.
모든 아이가 AI 시대의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교육에서 DQ 시민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기술을 적용, 창조하며, 융합 혁신 역량까지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이고 유연한 맞춤형 디지털 역량 평생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급변하는 기술 발전에 대응하여 교육과 기술 간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에 기술을 접목시킬 때, 언제나 교육의 본질이 중심이다. 한 예로 AI 기술은 교사들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교실 현장을 만들어 최상의 교육 효과를 내게 도울 수 있다. 또한 AI·디지털 위험들을 줄이기 위한 민간에 대한 안전 및 질 관리는 필수다.
이러한 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교육의 중요한 시도임이 분명하다. AI와 함께 살아가야 할 시대, 기술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공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이 시도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개천에서 많은 용이 나올 것이고 그 용들은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그때 대한민국은 IT 강국을 넘어 디지털 교육 최강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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