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등산한 뒤 혈당수치 정상… 혈관 나이도 5년 젊어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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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구 교수가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근처 정원을 걷고 있다. 혈당 수치가 높아 2019년 등산을 시작한 그는 2022년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등했고, 지금도 주말마다 산을 타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범구 교수가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근처 정원을 걷고 있다. 혈당 수치가 높아 2019년 등산을 시작한 그는 2022년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등했고, 지금도 주말마다 산을 타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70)는 2019년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건강 검진 결과 혈당이 높다며 재검 소견이 나와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건강 검진받는 사람들에게 주당 몇 번이나 땀을 흠뻑 흘릴 정도 운동하느냐는 설문이 있는데 정작 나는 안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등산이라고 보고 매 주말 산을 올랐다. 2022년 대한민국 100대 명산도 완등했다. 지금도 주말엔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주기적이진 않지만 가끔 등산을 했었죠. 공기 좋고 풍광 좋은 산을 오르며 운동도 할 수 있어 좋았죠. 바로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도권의 관악산과 북악산과 북한산 등을 올랐어요. 그리고 길병원 산악대장 이래성 행정팀장에게 등산을 배웠고, 100대 명산도 함께 올랐죠. 지난주에도 방태산(강원 인제)에 다녀왔어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국내에선 전국의 명산을 오를 기회가 많다. 지리산의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밤 12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 오전 4시 좀 넘어 산을 타기 시작할 수 있고, 하산한 뒤 오후 늦게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은 천왕봉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오를 산을 정해서 버스를 전세한 뒤 남은 자리를 비회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산악회들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자가용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전국의 명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산로도 잘 정비해 놓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고 했다.

등산으로 체력이 좋아진 그는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 북알프스 트레킹까지 다녀왔다. 6, 7시간 산행을 해도 거뜬하다. 등산은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매년 건강 검진할 때 혈관 나이가 5∼6년은 젊게 나와요. 그리고 체력이 좋아지니 수술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됐죠. 산을 오를 때 힘들지만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환자 수술을 잘 마친 것과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좋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와 숲, 바위, 개울 등을 보며 산을 오르는 것 자체로 즐겁다. 이 교수는 “솔직히 가파른 산을 오를 때는 힘들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산 밑에서 보는 것이랑 완전히 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등산을 시작한 이 교수는 철저한 준비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산을 적게는 4시간, 많게는 7, 8시간 타야 하는 등산은 준비를 잘해야 부상을 예방하고 생명도 지킬 수 있다. 그는 “등산화에 배낭, 스틱 등 기본 장비를 잘 갖춘 뒤 어느 산을 어느 코스로 갈지, 산행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당일 날씨에 따른 복장 등을 미리 점검해 준비한다. 다양한 정보를 주는 등산 앱도 활용한다. 의사는 수술 전에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성과가 달라진다. 등산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유산소 운동인 산행 자체로 치매 예방이 되는데 등산 준비도 머리를 많이 써야 해 역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등산이 몸에는 좋지만 조심할 게 많다”고 강조했다.

“하산할 때는 체중의 5∼6배의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죠. 특히 나이가 들어서 등산을 시작할 경우에는 관절 부위 근력이 떨어져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낮은 산부터 올라 하체 근력을 키운 뒤 높은 산에 도전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산을 오르내리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등산하다 보면 뒤에서 누가 추월할 경우 경쟁심이 발동해 빨리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오르면 된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 한다”고 했다. 등산 스틱을 잘 활용하면 하체가 받는 하중의 20∼30%를 줄일 수 있다. 또 스틱 활용은 상체 근육을 키워 조화로운 몸매를 유지시켜 준다.

이 교수는 매일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퇴근한 뒤 서울 집(용산) 근처 한강공원을 걷는다. 병원(인천 남동구)까지 출퇴근도 가급적 전철을 이용한다. 그는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혀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철을 타면 더 많이 걷게 된다”고 했다. 등산으로 건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생활 습관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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