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설득해 행동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있다. 아침 기상을 돕거나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챌린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돕거나 일할 때 집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 같은 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설득 및 행동 유도 전략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발전해왔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을 탐구해 행동심리와 행동경제학의 기틀을 마련했고, 21세기에는 행동 유도를 위한 설득 기술과 너지(nudge·부드러운 개입으로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행동 유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됐지만,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정부가 재정적 보상을 제공해 시민들의 운동 활동량을 늘리려고 기획한 프로그램은 그 효과가 미미했다.
학계의 관련 연구들은 주로 ‘행동 유도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방법이 언제, 왜 실패하는지, 어떤 역효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 유도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컨대 행동에 대한 보상이 잘못 설계된 경우가 있다. 보상해도 효과가 미미하면 보상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는 의외의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그림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을 때보다 보상을 제시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그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양한 행동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특정 행동 자체에 목적과 의미를 두는 내재적 동기를 갖기도 하기에 돈과 같은 외재적 보상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장려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당장은 좋을 수도 있지만 막상 뛰다 보면 돈을 벌기 위해 달려야 하는 것처럼 인식돼 결국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즉각적이고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용을 따져 보상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착각도 있다. 한국과 영국 등에서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쓰레기통을 없애거나 작게 만든 적이 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덜 버릴 것이라 생각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빈번해졌고 결국 다시 쓰레기통의 크기와 수를 늘려야 했다. 목적을 위해 행동을 강제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비슷한 예로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심야 시간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했던 ‘셧다운제’가 있다. 이 제도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논란 끝에 폐지된 바 있다. 행동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개입은 좋은 취지여도 사용자 입장에서 강압적으로 느끼거나 반감이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행동 유도 연구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하나둘 나오는 추세다. 통제된 실험실에서 진행된 연구들에서 도출된 결과인 만큼 많은 변수가 혼재된 현장에서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잘 알려진 행동 이론들 역시 특정 상황에서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상황 요인을 고려한 세부적인 행동 모델과 디자인 전략이 후속 연구로 정립될 필요가 있다.
행동 유도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동일한 전략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용자 그룹별로 효과를 검증해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반감되므로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미션을 주기보다는 사용자 스스로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내적 보상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그래야 사용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행동 유도가 가능해진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95호(6월 2호) “‘無보상’에 더 끌린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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