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명 입국 외국인근로자, 관리는 ‘낙제’[오늘과 내일/김성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23시 06분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L-ESG평가연구원장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L-ESG평가연구원장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의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의 화재로 외국인 근로자 18명을 포함한 2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언급으로 낮은 인건비 활용에 치우친 외국인 인력 정책도 논란거리다. 우리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드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자랑했는데, 외국인 인력을 대하는 태도나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불법파견에 안전교육 사각지대 방치도


20년 역사의 외국인 인력 정책의 틀인 고용허가제는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동의 자유가 여전히 제한돼 있다. 외국인을 노예노동처럼 다루는 사례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월 100만 원 수준으로 현 돌봄 비용의 3분의 1 정도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 정부 정책으로 발표되는 것도 우리 관행에선 큰 무리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경로인 비전문 취업비자(E-9) 입국자 수는 2023년 한 해에만 10만 명이었다. 하루 평균 300명에 육박하는 인력이 들어오는 셈이다. 전체 근로자의 4%에 해당하는 외국인 인력의 산업재해 비중이 10%가 넘고, 1년에 100명 이상이 먼 타국의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국제적 위상에 맞게 외국인을 고용하고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대하는 정책 전반의 재검토와 일대 변신이 필요하다. 고용허가제만이 아니라 쇄국 정책 수준인 취업비자, 영주권, 귀화 정책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인권기준 준수와 국제적 위상만이 아니라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현 제도는 지속 불가능하다. 제조업 강국인 동북아 3국 한, 일, 대만이 모두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해 외국인력 확보를 두고 경쟁 상황이다. 누가 먼저 포용적인 정책을 펼 것인가? 우리부터 달라지기 위해서 할 일을 짚어 보자.

첫째, 이동 제한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노골적으로 노동력만을 활용하고 말겠다는 정책일 뿐이다. 빗장을 풀라는 게 아니라 이주에서 정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타당하게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허가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둘째,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은 폐기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낫다. 이런 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미비준국인 홍콩, ILO 미가입국인 싱가포르에서나 가능하다. 그 나라나 우리나 100만 원 수준의 월급으로 밖에 나가서 밥 한 끼 제대로 사먹기 힘들 것이다. 그 나라들도 숙식 해결이 매우 곤란한 숙제이고 인권유린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또한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 인력 파견업체가 제공하는 방안은 집집마다 배치되는 가사도우미의 특성상 쉽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하는 가계의 부담은 월 100만 원이 아니라 200만∼300만 원에 이를 것이다.


국제위상 걸맞은 고용정책 새판 짜야

셋째, 화재 참사를 일으킨 아리셀은 불법파견 혐의가 짙은 업체를 통해 외국 인력을 공급받았다. 이 업체는 인력 공급 외 아무런 영리 행위를 할 만한 능력과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 형식적으로 고용만 하고 있을 뿐인 이런 회사에 면죄부를 주어 왔던 관행이 이어져 와서 이제 이런 참사에 직면하게 되었다. 외국인 인력이 모회사로부터 주요 물품을 공급받는 자회사에 고용되는데, 인력공급 업체를 통해 일용직으로 고용되니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외국어로 된 산업안전 매뉴얼이 있다지만 안전교육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력 파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내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외국인과 함께 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외국인 고용 정책으로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낮은 인건비로 활용만 하는 정책은 내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입국#외국인근로자#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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