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금융 풀고 대출 규제 미루더니 이제와 은행 압박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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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일 17개 국내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일 17개 국내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심상찮은 가계빚 증가세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그제 17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가계대출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이달 중순부터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출 규제를 어겼거나 목표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계대출을 내준 은행을 엄중 조치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금융 당국이 은행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전세난과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금융권 가계대출은 4, 5월 두 달 새 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 원 넘게 불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2.3% 증가한 것으로, 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상반기에 이미 넘어섰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오락가락 정책으로 대출 수요를 부추겨 놓고 이제 와 은행 팔을 비틀어 대출 고삐를 조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국은 대출 한도를 수천만 원씩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2단계 시행을 엿새 앞두고 돌연 두 달 연기했다. 대출 수요를 억눌러도 모자랄 판에 역행하는 신호를 보내고선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그제부터 금리를 올리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저리로 공급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 때문이다. 4, 5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 중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최저 금리가 연 1%대인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시 5개월도 안 돼 6조 원의 신청이 몰렸는데, 정부는 대출 요건을 더 완화한다고 한다. 이러니 정부가 서민 지원과 부동산 경기 회복을 이유로 부채 관리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미루고 정책대출 공급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은행에만 가계부채 관리를 채찍질하는 것은 모순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엇박자 정책으로는 우리 경제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지금처럼 집값이 들썩이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때일수록 가계빚을 확실히 줄이겠다는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책금융#대출#은행#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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