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포퓰리즘 꾸짖고 ‘지속가능 경제’ 요구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5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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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경제 규모 격차 20년새 34배→56배
국민의 경제의식과 선택이 국가 운명 좌우
당장의 이익 넘어 장기 영향 심사숙고해야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202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달러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3만5573달러를 앞섰다. 이는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세계 6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순위다.

한국은 2009년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전환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한편, 북한의 경제 상황은 남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4조7000억 원으로, 남한의 1933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겨우 1.8%에 불과하다. 2000년에 비해 2020년에는 남북한의 경제 규모 차이가 34배에서 56배로 확대되었다. 남북 간의 경제적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1960년대 후반까지 북한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유지하며 더 나은 경제적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이를 뒤집고 세계 경제 무대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발전 경험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한 지식 공유 프로그램(KSP)을 통해 개발도상국에도 활발히 전수되고 있다.

그럼, 남·북한 경제 차이가 어떻게 이토록 크게 발생했을까.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경제 발전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온 것처럼, 한강의 기적 일부는 분명 한국인의 뛰어난 인적 자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뒷받침한 기반은 자유 시장 경제 체제의 도입과 실행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한은 인적 자원에서는 같은 언어와 한 민족, 그리고 같은 역사를 길게 공유했고, 다만 전혀 다른 경제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남한에서는 자유 시장 경제의 기초 위에서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과 효율성을 향상하며, 국제 무역과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가속했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은 개인의 창의력과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경제적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북한은 계획 경제를 택했고, 이는 경제 활동의 유연성과 대응력을 크게 저하했다. 계획 경제 아래에서는 국가가 모든 경제 활동을 통제하며 경제적 자율성을 제한한다. 결국, 남북한 경제의 큰 격차는 각각의 다른 경제 시스템 선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국가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독일의 경험을 들 수 있다. 1950년대 후반까지 동독이 서독보다 더 나은 경제적 위치에 있었으나 이후 서독의 국민소득과 경제 성장률은 동독을 앞서기 시작했다. 서독은 자유 시장 경제에 기반하여 개인과 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과 효율성을 향상해 경제 성장을 가속했다. 반면, 동독은 계획 경제를 실행하였고, 이는 국가가 경제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경제적 유연성을 크게 제한했다. 즉, 독일의 경험에서도 자유 시장 경제와 계획 경제 간의 차이가 국가의 장기적 경제 발전에 끼친 영향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도 국민의 경제의식과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즉, 국민의 경제의식이 경제 시스템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짓는다. 아르헨티나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의 선택으로 포퓰리즘 정책이 여러 차례 시행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인기를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물가, 고부채,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하였다. 결국 아르헨티나의 경제 시스템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과 경제 성장은 크게 후퇴했다.

싱가포르는 매우 개방적인 자유 시장 경제를 운영하면서도, 강력한 경제 성장을 추구했다. 싱가포르 국민은 경제 발전을 중심으로 사회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추진했다. 그리고 지금 싱가포르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재의 경제적 도전과 위기 상황은 국가 경제의 장기적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민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단기적 인기에 치중한 선심성 정책을 비판하고,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경제 전략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물리치고, 시장을 통제하려는 화려한 정책의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의 실제 영향과 결과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국민 각자가 경제적 선택을 할 때는 당장의 이익을 넘어서 국가의 미래와 장기적 결과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국민의 경제의식은, 국가 경제 성장의 토대이자 안정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포퓰리즘#지속가능 경제#자유 시장#경제 체제#남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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