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이재명, 수박이 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5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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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장
윤완준 정치부장

한 친명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협치를 하라는 주장이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이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말한 핵심은 민주당이 ‘240만 권리당원들이 주인 되는 정당’으로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권리당원들의 절반 가까이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경선을 치렀던 2021년 이후 입당했다.

그럼 그들은 주로 누구인가. 친명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의 피해자들이 많다. 하루하루 허덕이며 생존해야 하는 삶으로 몰린 약자들이 많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예로 들었다. “전세사기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총선도 표를 몰아줬으니 당장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이가 거부권 행사하지 못하게 하라.” 이게 그들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이런 이들 앞에서 협치하겠다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걸 당원들이 받아줄 리 없다는 것이다.

“협치 주장, 현실 모른다”는 친명

그럼 그 당원들이 왜 이재명을 지지하는가. 친명 의원들의 설명은 이 전 대표가 “기존 정치권 바깥에서 생존을 쟁취해온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려받은 것 없고 하루하루를 생존해 가야 하는 많은 당원들이 그래서 이 전 대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를 즉각 이행할 ‘생존과 쟁취의 이재명’ 아니면 그들도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민주당이 총선 이후 부쩍 ‘정치 효능감’을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총선에서 압승해 국회를 장악했음을 당원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의원이 증인을 불러 벌 세우듯 호통친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순한 맛’으로 회의를 진행하자 강성 지지층들은 “정청래 못 봤느냐” “박찬대 자르고 정청래를 운영위로 보내라”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 너도나도 ‘강성’이 되려 한다.

“시도 때도 없는 문자, 전화가 응원과 격려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전화번호를 바꿔야겠다고까지 말한 이 전 대표의 호소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강성 당원들 눈에는 ‘이재명을 가장 잘 뒷받침할 것으로 보였던’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장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뒤 탈당이 이어지자 이 전 대표는 국회의장 경선에,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권을 반영하라는 당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전 대표도 강성 당원들을 무서워할 수준에 이른 것이다. 친명 강성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이 전 대표의 민중 지향성이 과도해지면 대중 추수주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대표 연임, 李에 양날의 칼

그래서 다음 달 연임은 이 전 대표에게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9월 결심, 10월 선고가 예상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사법리스크 앞에 이 전 대표는 더욱 강성 지지층에 기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낮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이라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계속 야당으로 독주하겠다면 지금처럼 하면 된다. 하지만 집권을 위한 수권정당으로 가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인터뷰에서 “열성 당원들을 설득할 사람은 이 대표밖에 없다. 강성 지지층 견해가 국가 공동체 전체 이익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 대표가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협치를 얘기하면 비명계 의원들을 비하하던 ‘수박’ 소리를 듣는다. 이 전 대표는 수박 소리를 들어가며 강성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나.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재명#정치 효능감#협치#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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