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도배사 말고 또 다른 직업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최근 들어 수도 없이 받는 질문이다. 도배를 한 지 6년 차, 앞으로 그 기술을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사회복지사에서 도배사가 되었듯이 전혀 다른 직업에 또다시 도전할지 궁금해하곤 한다. 사실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이 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기존의 도배 기술자들과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도배사들 사이에서 내가 가진 경쟁력과 강점은 무엇일지가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경험과 경력, 기술이라는 것이 나만이 가진 역량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선배 도배사들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에 비하면 내 기술은 평균 이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배사로서의 열정은 어떨까. 물론 도배에 대한 애정과 기술을 배우기 위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더 큰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도배사를 위한 연장을 개발하거나 소비자를 위해 친환경 자재 등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 내 열정은 중간 정도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렇다고 뛰어난 사업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고 여러 매체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는 감각 있는 도배사들을 보면 나는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기술, 열정, 사업 역량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서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도배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전공하고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지낸 시간이 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또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사회와 사람에 대한 내 시야를 넓혀 주었다. 사회 구조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에 대해 알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일은 도배 현장에도 적용된다. 단순히 도배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목격하고 개선 방법을 늘 고민해 왔다. 도배사들이 많아지며 생겨난 경쟁과 그 경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초보 도배사나 소비자의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글과 말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 오고 있다. 책을 출간하고 칼럼을 쓰면서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이나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의견과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역량도 기르고 있다. 한 명의 도배사로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경쟁력이 약할 수 있지만 분명 나만이 가진 강점이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경험과 역량들을 확장하고 또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우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쉬지 않고 파고 있는 우물들이 하나로 만나 더 넓고 깊은 우물이 되고 또 그 우물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더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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