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밀린 세금,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설명한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적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세입자가 서명까지 해야 한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공인중개사는 자격이 6개월까지 정지되거나,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은 공인중개사가 집 소재지와 건축 연도 등 기본 사항, 소유권·전세권·저당권 등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세사기범이 세금을 내지 않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다. 세금은 낙찰금 중 우선순위여서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이게 된다. 등기부등본에는 세금 체납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세입자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지적이 커지자 정부가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문제는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만 2년이 돼서야 공인중개사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가 정비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행령이 바뀐 뒤에도 집주인은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까진 공인중개사에게 세금 체납 등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집주인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시행령상의 의무로 규정하지 못한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세입자가 대처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전세사기꾼이 작심하고 체납 사실을 숨길 경우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국적으로 1만8000명이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을까 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없는 20, 30대 사회 초년생 피해자의 비중이 큰 만큼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의 조력은 중요하다. 전세사기 예방에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위험 매물을 미리 걸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와 국회는 집주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세입자가 안심하고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허점을 더 치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