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 원에 이르는 나랏빚에 대한 이자로 작년에 정부가 지출한 비용이 24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지출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대로 높아졌다. 정부 지출은 많아지는데,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어 올해 정부의 빚과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자 비용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나랏빚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고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올해 4월 현재 1039조2000억 원으로, 5년 전보다 7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출 중 이자의 비중은 재작년 2.3%에서 작년에는 3.1%로 급등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으며 11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고채를 발행해 지출을 확대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정부의 지출 증가와 세수 부족이 겹쳐 재정 적자가 불어난다는 점이다. 4·10총선이 있었던 올해 상반기에 정부는 연간 예산의 65%를 풀었는데, 상반기 지출 비중으로 역대 최대다. 반면 1∼5월 걷힌 세금 비중은 연간 세수 목표의 41%에 그치면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수결손 조기경보’까지 발령했다. 평년 수준인 47%에 턱없이 부족해서다.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14년 만에 가장 많은 ‘단기대출’까지 받았다.
5월 산업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하반기 세수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로라면 정부 관리재정수지는 작년 56조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20조 원 안팎의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채를 더 찍어 적자를 메울 경우 이자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나라 곳간 사정은 나빠지는데 정치권은 큰돈 들어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은 25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내놨다. 서민 지원, 내수침체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다 해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에 따라 국민 1인당 25만 원씩 13조 원 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쉽게 만드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자기 집안 살림이면 이렇게 뒷감당 걱정 않고 돈 쓸 생각부터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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