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강물을 품는 바다처럼” 니체의 초인 되기[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8일 14시 55분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니체는 초인을 설파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초인은 독일어로 Übermensch, 영어로는 Overman, Superman으로 번역되면서 접두사 Über의 뜻을 살려 자기 극복을 통해 더 높은 인간이 된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초인은 지금의 인간을 극복한 더 나은 인간의 존재 유형으로 여겨졌다. 히틀러는 자신의 정치 이념에 니체의 초인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했고 최근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초인을 앞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할 이상적인 미래인류의 원형으로 삼기도 한다. 초인을 죽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는 완벽한 인간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라고 정의하면서 ‘하천’을 극복해 ‘바다’가 되어라고 충고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초인이 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이 ‘더러운 강물’과 같다고 비판한다. 냄새나는 작은 하수구, 오염된 하천과 같은 인간은 속이 좁고 이기적이며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인은 이러한 수많은 오수(汚水)를 품는 넓은 바다와 같다. 초인은 다른 사람을 배척하거나 경멸하는 존재가 아니다. 더러움을 피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초인은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지만 자신은 더러워지지 않는 존재다. 마치 건강한 사람이 바이러스 사이에 살아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깨끗한 사람은 더러움 속에서도 잘 지낸다. 초인은 더러운 강물이 없다면 바다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다는 더러움과 깨끗함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강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차별적인 포용력을 뜻한다. 덧붙여 차라투스트라는 더러운 물로도 자신을 씻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깨끗한 사람이라는 역설을 펼친다. 사람들 틈에서 살려면 그 어떠한 잔으로도 마실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깨끗함을 잃지 않으려면 더러운 물로 자신을 씻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이 더럽다고 멀리하는 사람은 더러운 것에 민감한 결벽증 환자일 뿐이다. 냄새나는 사람, 결함이 있는 사람, 불완전한 사람을 품되, 자신은 오염되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초인이 의미하는 바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남을 편 가르는 도덕적인 기준이 없어야 된다. 남을 악하고 불결하다고 비난해선 안 된다. 초인은 현실을 떠나 높은 산에서 혼자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 사는 자가 아니라 가장 낮은 바다로 사는 사람이다. 더러운 강물을 거부하는 자는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진정으로 깨끗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늘 더러움과 함께 살아가는 자다. 깨끗함과 더러움,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없어야 자정작용을 하는 바다와 같은 큰 사랑이 가능해진다. 바다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낮아야 된다. 바다가 높으면 강물이 유입되지 않는다. 니체의 바다는 남보다 자신을 더 낮추어 타인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관용과 겸손의 정신을 뜻한다. 초인은 어원적으로는 높은 인간이지만 그 의미를 따져 보면 가장 낮은 인간이 된다. 타인을 품기 위해선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어 마음을 넓혀야 된다. 바다처럼 넓게 살기 위해서는 남과 사소한 일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늘 자신에게 모난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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