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남들이 말하는 행복 말고… 진짜 원하는 걸 찾아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8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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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
돈이나 좋은 학벌에 대한 욕망 등
사회적으로 학습된 가치 아닐까
때론 행복이란 말에서 거리 두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 고민해봐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대해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총체적 목표”라고 말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대해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총체적 목표”라고 말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행복한 나’,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 요즘 우리가 자주 접하는 말들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며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행복을 개인과 가정, 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삼기에 합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행복이 삶의 목표라면 최소한 행복이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또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니 나도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사는 건 아닌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행복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따르면 행복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복된 좋은 운수’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입니다. 사실 ‘행복’이란 말은 예전부터 동아시아에 있던 단어가 아닙니다. ‘happy’나 ‘happiness’를 일본인들이 ‘행복’으로 번역하면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19세기 말 조선으로 들어온 겁니다.

서양에서의 원 단어는 ‘일이 일어나는 것’과 ‘행운’을 동시에 뜻합니다. 행운이 일어나면 행복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어사전의 첫 번째 뜻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원을 고려하면 행복은 행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어사전에선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도 ‘행복’이라고 정의합니다. 만족감과 기쁨은 감정의 영역이기에 행복은 주관적입니다. 최근 자리 잡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도 정서적, 주관적 행복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감정과 정서가 늘 변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행복을 일상에서 찾는다 해도 늘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면 ‘충분한 만족감과 기쁨’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만족감과 기쁨은 어떤 사건들이 연속된 결과입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에서 만족감과 기쁨을 느낀다면 이런 결과에 이르기 위해선 갓 구운 빵을 사거나, 빵을 직접 굽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다시 서양의 원 단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원에서 ‘행운’이라는 말을 제외하면 남는 건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연속돼 만족감과 기쁨으로 이어질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행복해지기 위한 욕망

행복해지길 원하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원하는 마음은 일종의 욕망입니다. 사람들은 욕망이 이뤄지면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문제는 욕망은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행복을 위해 돈을 원하는 사람은 돈의 결핍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욕망은 주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학습됩니다. 학벌을 욕망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학벌에 부여한 가치 때문입니다. 같은 원리로 행복도 사회적으로 학습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 시대 행복한 모습이 무엇인지 학습하게 되는 중요한 경로 중 하나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떨어져 행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꿈꾸는 행복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일까요.

● 행복이란 말에서 한 발 물러서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행복은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 만족감과 기쁨에 이른 상태이며, 욕망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니라 ‘권태’라고 했습니다. 권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느낌입니다. 또 러셀은 노력과 체념을 통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 있는 사건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또 노력을 통해 행복이란 결과에 도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결과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고민할 게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또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추동하는 사건들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갈지 그려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 난무하는 행복이란 말속에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입니다. 노력의 결과가 실패와 불행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실패와 불행도 일상의 한 부분인데 우리 사회는 실패와 불행에 대해 관대해 보이지 않습니다. 무조건 행복이란 말에 매달리는 것이 과잉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행복#학습된 가치#권태#실패#두려움#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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